<슈퍼철가면> 오승환~!
작성자 : 정기영 | 작성일 : 2005년 6월 2일 | 조회수 : 5877

"정민철(당시 요미우리 자이언츠) 과 같은, 힘과 기교를 함께 갖춘 투수가 되고싶다."

언뜻 보면 팀을 승리로 이끈 에이스 투수가 했을법한 이 말은...
놀랍게도 어느 고교경기에서 만루홈런 포함, 혼자 5타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한 팀의 1번 타자가 -프로로 말하자면- 히어로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입니다.

이미 그 바닥(?)에서 '1번을 주로 치는 외야수'로 각인 되기 시작했던 이 고교졸업반의 선수는,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르며 투수로서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합니다.
당시 그의 모자에 선명히 새겨져 있었던 '147㎞'와 '대표팀' 이란 문구는, 이런 그의 마운드를 향한 집념과 의지를 너무나도 잘 드러내주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고 합니다.

2000년 5월 4일 대통령배 고교야구 8강전에서 위와 같이 만루포를 때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던 이 1번타자는...꼬박 5년이 흐른 2005년 5월 4일, 마산구장에서 상승세의 롯데를 상대로 삼진 세 개를 뽑아내며 홀드를 기록, 투수왕국이라는 최강 삼성 마운드에서도 없어선 안될 대들보로 우뚝 서게 됩니다.

그는 바로...

<Rookie of the Year> 오승환입니다.

- '시련'은 있으되, '포기' 란 없다... -

서두에 언급한 고교시절 오승환의 모자에 새겨져 있던 '147㎞'와 '대표팀' 이란 문구는, 구속 147km와 청소년대표팀 발탁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이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마운드를 향한 끊임없는 '애증'의 발로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수 오승환>이야말로 눈물 젖은 빵을 제대로 곱씹어 본 경험이 있었으니 말이죠.

오승환을 04시즌 대학무대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데렐라로 알고 있는 팬들도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4학년 때의 스탯이 워낙 뛰어나 갑작스레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죠.
하지만, 그는 한서고 1학년 때 이미 140대의 강속구를 뿌리던 유망주였습니다. 여느 유망주의 눈물 젖은 스토리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부상'이란 암초를 만나기 전 까진 말이죠.

사실 오승환의 이력은 좀 특이합니다.
군산출신(제 기억이 맞다면...)으로 한서고로 스카웃 됐지만 이후 경기고로 전학하게 되죠. 한서고 1학년 때 메이저리그를 상대로 공개테스트를 제의 받을 정도로 한창 주목받던 그는, 오른 팔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된다는 건 투수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고, 이동현, 황규택과 함께 서울의 맹주자리를 다투려던 청운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때의 고교야구 판도가 궁금하시다면, 제 리포트 목록 中, '이정호' 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경기고로 전학한 그는 주로 1번을 치며 외야수로 뛰게 됩니다. 에이스 이동현의 뒤를 이어 마운드도 간혹 밟았지만, 투수로서 그의 존재는 이미 잊혀져가고 있었죠.
친구이자 라이벌 이동현(LG)이 황금사자기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MVP와 우수투수상을 휩쓰는 모습을...그는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부상의 후유증으로 한번 무뎌진 구속은 좀처럼 회복될 줄 몰랐고, 모자 속에 새겨진 피끓는 다짐에도 불구하고...급기야 그는 프로팀의 부름조차 받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고 맙니다.
발빠르고 타격에 감도 있는 교타자란 평가는 얻었지만 고졸 신인으로서 프로에 입성하기엔 미흡한 게 사실이었고, 치명적인 부상의 전력이 있는 <투수 오승환>은 더더욱 조심스러웠던 거죠.

- 모자 속의 다짐...그리고 '부활' ~! -

연세/고려/한양 등 빅3의 외면 속에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 건 단국대 강문길 감독이었고, 그와의 만남은 오승환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다 줍니다.
투수로서의 그의 재능을 아까워한 강문길 감독은 '타자 오승환'의 쓸모에 대해 애써 눈을 감았고, '투수 오승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에게 '시간'을 허락해준 거죠.

팔꿈치수술에 이은 2년여에 가까운 힘겨운 재활...
본인 스스로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마운드를 향한 끊임없는 동경...그리고 지도자의 기다림과 체계적인 지도 속에 그는 마침내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3학년 들어 마운드로 복귀한 오승환은 2승3패 방어율 1.46의 호성적으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듬해엔 춘계리그와 종합선수권에서 5승1패 방어율 1.58의 성적으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더니, 추계리그에선 3승무패 방어율 1.45, 탈삼진 46개의 놀라운 기록으로 리그를 지배해 버립니다. 특히 춘·추계리그에서 혼자 6승을 거두며 단국대의 양대 리그 동시 석권을 견인~! 일약 대학무대의 에이스로 우뚝 서게 됩니다.

- 추계리그 결승에선, 역시 1차 지명으로 사자유니폼을 입은 영남대 백준영과의 맞대결이 있어서 삼성 팬들의 관심이 더했었죠. 이 대회에서 오승환은 6이닝 2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의 철벽투로 MVP에 선정됐고, 백준영은 감투상을 받게 됩니다. 이에 앞선 춘계리그에서도 오승환은 우수투수상을 거머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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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50에 가까운 강속구로 손승락과 함께 리그 최고투수를 다투던 오승환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로써 그는 모자 속의 목표를 실현해 내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대학리그를 평정한 후, 그는 모자에 "나는 행복하다" 라는 또 다른 문구를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국가대표가 된 것보다 단지 공을 마음껏 뿌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토록 행복했다니...그가 겪었을 '마운드를 향한 짝사랑'이 얼마나 절실했던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 루키 오승환~! 승리를 부르는 이름으로... -

오승환은 조정훈-서동환-정의윤-양훈의 뒤를 이어 2차 전체 5번으로 야구명가 라이온즈의 유니폼을 입습니다. (계약금 1억8000/연봉 2000)
그리고 입단 첫 해, 최강이라는 사자 마운드에서도 당당히 주연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쌍권총'으로 위력을 떨치던 라이온즈 마운드는, 올 시즌엔 오승환/ 권오준의 <OK펀치>로 승리방정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병풍(兵風)이 할퀴고 간 사자마운드에 그가 없었다면...생각만 해도 아찔할 만큼, '루키' 오승환의 활약은... 이미 발군입니다.

많은 분들이 찬사를 보내주셨듯이, 그의 최대 장점은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과 근성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위기상황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로 상대 타자들을 오히려 주눅들게 만들고 있죠.
특히 중간으로 등판하고 있으면서도 탈삼진 순위 앞자리를 다툴만큼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자랑하고 있는데...여기엔 구위도 구위지만 그의 독특한 투구리듬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마치 지난해 이승엽을 괴롭혔던 일본투수들의 이중모션과 같이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특이한 투구 폼과 팔로스로우로 타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거죠.
하지만, 여기엔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승환에 대한 '스카우팅리포트'에도 거론된 바 있는데... 테이크백에서 오른쪽 팔이 자연스럽게 올라오지 못하고 한차례 뒤쪽에서 걸렸다 넘어옴으로써 부상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는 게 바로 그 내용입니다.
이미 부상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던 그이기에 가슴 철렁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제가 일개 야구팬의 한 사람에 불과한 관계로,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투구 폼에 관한 개인적 견해는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

모쪼록 철저한 투구 수 관리와 과학적인 분석으로 오승환, 그를 지켜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론...올 시즌을 마치면, 혹사의 위험에서 벗어나 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선발투수로 변신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직구의 위력이야 이미 검증된 바이고, 변화구만 좀 더 가다듬는다면 향후 라이온즈 선발진을 든든히 이끌 재목임에 분명하니까요.
(팀도 그렇지만 부상의 악몽을 경험한 바 있는 그를 위해서도 윈-윈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만...물론 그러기 위해선 올해 부쩍 성장한 안지만의 행보를 주시해야겠지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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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신인지명...

라이온즈는 오승환이라는 '보물'을 건져 올렸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집념"의 승리였기에 그의 성공스토리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언젠가 위기가 닥치겠죠. 비록 (96 루키 최재호처럼) 지금의 크레이지모드가 전반기로서 멈춰버린다고 해도...그 누구도 그를 탓할 순 없을 겁니다.
그만큼 그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걸 주기만 하고 있습니다.
제 몫은 이미 하고도 넘치고, 넘칩니다.

시작은 김명제와 서동환, 그리고 손승락에 비해 조용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요란한 빛을 발하며, 어느덧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올해야말로 억울하게 신인왕을 도둑맞은 박한이, 권오준 등 선배들의 한을 풀어주길 기원합니다. 아니, 그러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거침없는 행보를... 우리모두 소리 높여 응원할 것입니다.

<겁 없는 루키> <슈퍼 철가면> 오승환...
그의 아름다운 도전에 주목하며 두서없는 글을 갈무리할까 합니다.

< 덧붙이기 >

# 강문길, 이동현. 엘지 스카우트 팀, 그리고 양준혁...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단국대 강문길 감독의 혜안이 오승환이라는 좋은 투수를 우리에게 선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게 영향을 끼친 또 다른 인물로 이동현을 빼놓을 수 없겠죠. 고교 동기인 이동현의 프로에서의 활약은 그에게 힘겨운 재활을 견디게 해 준 훌륭한 자극제이자 원동력이 됐다고 하니까요.
엘지 스카우트 팀은 당초 오승환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이순철 감독에게 정의윤을 강력 추천함으로써, 오승환의 삼성 행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양준혁은 신참 오승환이 시력으로 어려움을 겪자, TK 최고스타의 인맥으로 무료 라식수술을 알선해줌으로써, 물심양면으로 오승환의 분발에 힘을 보탰습니다.
신인으로서 대선배의 이같은 배려가 얼마나 든든했을런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제2회 세계대학선수권대회 대표팀 명단

▲투수=손승락(영남대 4년) 오승환(단국대 4년) 차정민(동아대 4년) 김기표(경성대 3년) 장원삼(경성대 3년) 이현승(인하대 3년) 김정환(경남대 3년) 김대우(고려대 2년) ▲포수=송산(단국대 4년) 손승현(인하대 4년) 김기남(원광대 4년) ▲내야수=신춘식(홍익대 4년) 백정훈(성균관대 4년) 정근우(고려대 4년) 이윤호(한양대 4년) 조영훈(건국대 4년) 송승민(연세대 3년) 정재훈(중앙대 3년) ▲외야수=최훈락(단국대 4년) 오승택(한양대 4년) 연경흠(인하대 3년) 김태완(성균관대 3년)

오승환은 직구의 위력과 배짱, 그리고 삼진 잡는 능력을 인정받아 주로 마무리로 활약했습니다. 아울러 명단에 보이는 조영훈과 손승현의 빠른 성장을 바랍니다.
눈에 띄는 건, 장원삼과 이현승...이 두명의 좌완 유망주를 이미 현대가 입도선매했다는 점인데, 이들이 진정한 로또가 될런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현대의 '유망주를 알아보는 눈'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겠네요.

# 오랜만에...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와 그놈의 귀차니즘(?)으로 이렇게 오랜만에 이 지면을 채우게 되네요.
오랜만에 쓰려니 중간에 자꾸만 끊기고 맘 먹은대로 자판이 눌러지질 않아 고생 좀 했습니다. 이제 발동을 걸었으니 다음엔 좀 더 나아질까요?
올 시즌엔 야구장 갈 틈도 없고, 중계도 예약녹화를 해놓았다가 보고 있는데, 오승환 선수 정말 잘하더라구요. 부상으로 아픔이 많았던 선수인데...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두서없는 글이나마 긁적여봤습니다.

날이 벌써 많이 더워졌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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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samsungl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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