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공격은 30분, 점수는 ‘0’
2004 시즌의 9회를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소요시간은 3시간5분이었다. 이와 같은 계산법으로 미루어 볼 때, 경기가 시작된 뒤, 1회 초 공격을 30분간이나 했다면 대개는 많은 점수를 내느라 시간이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확히 1회초 공격에 30분이라는 대단히 긴 시간을 소비하면서도 단 1점도 올리지 못한 일이 있었다.
1997년 6월7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OB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삼성의 선발투수는 성준이었다. 성준은 당시 국내프로야구 투수들 가운데 인터벌이 가장 길기로 이름이 난 투수였다. 투구폼도 슬로우모션에 가까울 정도로 느린 편이었으며, 공의 빠르기 또한 직구를 제외하면 시속 100km를 간신히 웃돌 정도로 느린 공 위주의 변화구를 주로 구사했다.
그러나 이런 성준 투수의 투구스타일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의 견제 행위였다. 좌완투수임에도 불구하고 투구폼이 느린 관계로 주자들에게 도루를 허용할 위험성이 다분히 있어, 이러한 취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신경을 쓰다보니까 생기게 된 견제행위가 시간을 잡아먹는데 있어 주범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심지어 타자에게 투구하는 공보다 주자에게 던져대는 견제구가 어떤 때는 더욱 많은 적도 있었다.
아무튼 OB의 1번타자 정수근에게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중전안타를 허용한 것이 해프닝의 시작이었다. 이어 2번 이명수에게 7구까지 던진 끝에 볼넷을 허용했는데, 앞서 지적한 대로 성준은 1루주자 정수근에게 거푸 견제구를 던져댔다. 아마도 타자를 향해 던진 공보다 견제구가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그리고 3번타자 심정수에게는 10구까지 가는 긴 실랑이 끝에 또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중간에 2루주자에 대한 견제행위(견제구를 던지지 않고 발만을 투수판에서 빼는 행위도 포함한다)도 물론 빼먹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데만도 족히 15분정도는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어 4번 이도형과 5번 김상호를 파울플라이 아웃과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역시 성준은 주자에 대한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었다.
투구동작에 들어가는가 싶어 집중을 할 만하면 발을 풀거나 견제구를 던져대는 성준에게 수비에 나가 있는 동료들도 중간중간 흐트러진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쪼그리고 앉는 등 지루해 하기 시작했고, 기록을 맡았던 필자도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어쨌든 2사까지 어렵게 왔지만 다음은 6번 안경현이었다. 6번 타순이었지만 전날(5타수 2안타 3타점)부터 비교적 타격감이 좋았던 안경현이었고, 2사 만루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성준의 신경은 더욱 날이 서 보였다.
볼카운트 2- 1에서 마운드의 성준이 호흡을 가다듬고 가슴에 두 손을 모으기 시작할 때였다. 3루에 있던 정수근이 참지못하고 이 상황을 매듭짓는 일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정수근이 자신의 빠른 발을 믿고 성준의 허를 찌른 것이다. 더구나 왼쪽투수여서 3루에 위치한 자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단독도루를 감행했다.
당시 초여름 오후 2~3시에 접어든 시각으로 수은주가 30도에 가까울 만큼 무더운 날씨였고 더욱이 국내에서 찜통더위로 유명한 대구였다. 정수근은 루상에 주자로 나간 지 30분 가까이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중대 결심을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관중들의 어어~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홈으로 뛰어 들어간 정수근은 그러나 이를 눈치챈 성준의 빠른 투구동작에 이은 직구로 홈에서 포수 김영진에게 태그아웃이 되고 말았다.
그 때 전광판 시간은 정확히 오후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경기가 오후 2시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1회초 공격에 꼭 30분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무득점. 30분이라는 길고 긴 공격의 결과는 삼자범퇴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한편 이날 OB의 선발투수는 진필중이었는데, 이제나 저제나 1회말 수비에 나가기 위해 1루측 불펜에 나와 몸을 풀기를 수 차례 거듭하다 진이 빠졌던지 1, 2회에 각각 1실점씩을 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고, 이후 6회말 투아웃을 잡고 강판 당하기까지 7실점(2자책점)이나 하며 그 해 처음으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수비에 나선 OB 야수들도 5회까지 2루수, 3루수, 유격수가 돌아가며 4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바람에 진필중은 더욱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이날 경기는 삼성이 OB에 7-4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1회 초에 벌어진 예상 밖의 지리했던 공방전이 결과적으로 승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경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야구 경기와 관련된 말들 중에 ‘공격은 길게 수비는 짧게 하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수비에 나서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그만큼 상대가 공격할 때 체력적이나 집중력면에서 허술해 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러나 공격이 길더라도 얻는 것이 전혀 없을 경우에는 길게 아니함만도 못하다는 말을 하나 추가해야 될 듯 싶다. 안타를 치고 나갔다 견제구에 걸려 횡사를 당하는 것이 그냥 아웃된 것보다 더욱 팀 사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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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2연패하고 나서 우울했는데,,이글 보니까. 조금 괞찮아지네여.^^
두산이 삼성한테 쌓인게 많았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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