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포스트시즌] 김홍집 '야구인생 바꾼 KS 끝내기 홈런'

94년 태평양 유니폼을 입고 우리는 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좌타군단인 LG를 만나게 됐다.

우리팀에는 정민태 선배와 후배 최상덕이 있었지만 정동진 감독은 좌완투수인 내게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겼다. LG는 93년 입단동기인 좌완 이상훈이 선발이었다. 호투하던 상훈이가 8회에 1-1 동점을 허용하면서 강판되고 차동철에 이어 마무리 김용수 선배까지 등판했다.

9회말까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자 김시진 코치는 “투구수도 그렇고 그만해라. 저쪽은 김용수도 나왔는데 우리도 정명원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제구력에 의존하는 투수였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적었고 비기는 상황에서 내려가는 게 억울해 더 던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10회까지는 무사히 넘겼지만 11회말 선두타자 김선진 선배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말았다. 손에서 공이 떠날 때 ‘아차’ 싶었다. 141구째였다.

당시 TV중계를 본 사람들은 내가 덕아웃에서 울었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건 땀이었다. 날씨가 추웠던 그날도 반팔을 입고 나갔을 정도로 땀이 많은 체질이다. 나중에 녹화된 장면을 보니 고개를 타고 떨어지는 땀이 눈물 같기는 했다.

요즘에도 초면에 인사를 나누다가 듣고 싶지도 않은 그때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 고달프다. 국가대표 시절부터 슬라이더가 주무기였는데 그때 이후로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하면서 야구인생의 바닥까지 경험했다. 한화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올 초에 고향팀인 SK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지만 반응이 없어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그때 그 홈런만 아니었으면 내 야구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그나저나 유니폼을 벗을 뻔하다가 내 덕분에 6년 더 뛴 선진이 형은 소주 한잔 사야하는 것 아닌가./스포츠서울


---------------------------------------------------------------------------------------------------
김홍집.. 한때는 상당히 유명했는데.. 어느순간 갑자기 잊혀진 투수..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