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올 시즌 프로야구의 패권을 가리는 포스트 시즌이 시작된다. 출범 2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프로야구의 가을 잔치는 해마다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올 시즌 유난히도 부침이 심했던 국내 프로야구. 발길이 떠났던 팬들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 명승부가 유난히도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과거 포스트 시즌에서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지 못해 승부의 주인이 바뀌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곤 했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역대 포스트 시즌의 몇 가지 '결정적 장면' 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수로 인한 오더가 부른 행운... 승부의 흐름을 뒤바꿔 놓은 결정적 실수

1. 감독의 오더대로 제출했다면... 84 한국 시리즈 롯데 VS 삼성

너무나도 유명한 비화라고 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부로 꼽히는 롯데와 삼성의 84 한국시리즈는 숱한 화제를 낳았는데, 그 중에서도 7차전 유두열의 역전 3점 홈런은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두열의 홈런은 강병철 감독 특유의 만만디 근성이 없었더라면 탄생하지 못할뻔 하였다.  7차전을 앞두고 강병철 감독은 6차전까지 17타수 1안타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유두열의 타순을 내리고 박용성을 5번에 기용하는 새로운 오더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기록원의 실수로 오더는 예전의 것이 그대로 제출되었고, 그런데 다시 수정할 수도 있었지만 강병철 감독은 특유의 넉살로 "그냥 그대로 하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당시 객관적 전력상 열세를 극복하며 삼성과 7차전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편안한 여유가 나올 수 있었음에랴. 결국 강 감독의 이 편안함은 크나큰 행운의 전주곡이 되었다.

운명의 8회초 공격 4-3으로 뒤진 롯데는 1사후 김용희, 김용철의 연속안타로 1,3루의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고, 5번 타자 유두열은 이미 힘이 떨어진 김일융의 낮은 공을 힘껏 끌어 올리며 잠실구장의 3만 5천 관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 이 홈런 한 방으로 유두열은 한국 시리즈 MVP가 되었으며, 롯데의 에이스 최동원은 초인적인 투구로 혼자 4승을 거두며 기적같은 우승을 일구어낸다.

만약 강병철 감독이 타순을 바꾸어 제출한 오더대로 경기가 진행되었다면...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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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던 84 한국시리즈 롯데의 최동원, 한문연 배터리


2. 승부의 흐름을 뒤바꿔 놓은 결정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 - 87 플레이오프 해태 VS OB

86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2승 3패로 아쉽게 역전패 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던  OB는 87 시즌에 극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다시 한 번 한국 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데, 상대는 해태 타이거즈 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플레이오프에서 OB를 3승 2패로 누른 해태가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을 상대로 4연승으로 손쉬운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하게 되고 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속 우승의 위업의 기틀을 마련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없었다면 야구의 역사는 다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OB가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펼쳐진 플레이오프 4차전. 양팀은 접전을 거듭한 가운데 OB가 9회말 해태 공격을 남기고 3-2로 앞서며 한국 시리즈 진출에 한걸음 다가선다.

그러나 운명의 9회말 공격 1사 주자 2루 상황에서 김성한이 친 타구는 평범한 내야 땅볼. 그러나 OB의 유격수 유지훤은 타구의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받고 결국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만다. 쉽게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화를 자초한 OB는 9회말에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 10회말 끝내기 폭투로 4차전을 내주고 만다.

평범한 타구를 무난히 처리했다면 해태의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고 한국시리즈 4연패의 신화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쉬운 볼배합 하나로 뒤바뀐 경기 흐름

3. 승부의 흐름을 뒤바꿔 놓은 결정적인 한 방. - 90 한국 시리즈 LG VS 삼성

1990년 LG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재계 라이벌인 양팀의 관계 만큼이나 시작부터 양팀의 장외 신경전은 치열하였다.

 MBC 청룡을 인수하고 새로이 프로야구 판에 뛰어들자마자 파죽지세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돌풍을 일으킨 LG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예상을 뒤엎고 빙그레와 해태를 연파하면서 한국시리즈에 오른 삼성.

양팀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1차전은 예상과는 달리 LG의 일방적인 완승으로 끝났고, 삼성은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다 점수차 영봉패의 치욕을 당하고 만다. 다음 날 벌어진 2차전은 1차전과는 달리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었다.

삼성은 혼자서 2타점을 올린 박승호의 수훈과 선발 김성길을 3회부터 구원 등판한 고졸 2년생 김상엽의 눈부신 호투로 2-1로 앞서 나가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하기 일보 직전에 다다랐다. 그러나 운명의 9회말.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LG의 간판 타자 김상훈을 병살로 처리하며 승리의 여신은 거의 삼성 쪽으로 기운듯해 보였다.

그렇지만 LG에는 찬스에 유난히도 강한 '영감' 김영직이 타석에 들어섰고, 김상엽은 마지막 한 타자를 처리하는데 실패하며 한국시리즈 최연소 승리투수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당시 김상엽이 김영직에게 동점타를 허용할 당시 던졌던 구질은 김상엽이 즐겨쓰던 파워 커브였다. 미국인 코치 마티에게 조련을 받으며 눈에 띄게 놀라운 성장을 거듭한 김상엽은 당시 최고의 구위를 선보이고 있었는데, 큰 경기에서 타자들의 집중력이 상당히 높다는 점과 야간 경기였음을 감안한다면 과감하게 직구로 승부를 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150km대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지니고 있었던 김상엽이기에 아쉬움은 더해만 갔다. 결국 삼성은 연장전에서 다시 한 번 '영감' 김영직에게 밀어내기 결승점을 허용하며 2차전마저 내주고 말았고, 심리적으로 수세에 몰린 끝에 라이벌 LG에게 4연패로 완패를 당하고 한국시리즈 10경기 연속 패배라는 불명예스런 기록까지 세우고 만다.

2차전 공격의 수훈 선수가 박승호가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아쉬운 볼 배합 하나로 인해 김영직에게 영광이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90년 한국시리즈 2차전은 양팀이 보여줬던 그나마 가장 치열했던 접전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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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달성을 눈 앞에 두고...

4. '파울 플라이를 잡았다면' - 91 한국 시리즈 해태 VS 빙그레

89년 이후 2년만에 다시 한국 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해태와 빙그레. 빙그레는 88, 89년 연속해서 한국 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해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준우승에 머무른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설욕의 기회를 엿보던 빙그레에게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었다. 결국 1차전부터 선동렬과의 정면 승부를 피해 나가는 작전을 펼친 김영덕 감독은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상대의 위세에 제압당한 모습을 보여준 꼴이 되었다.

이런 부담감은 결국 승부처의 고비에서마다 빙그레의 발목을 잡은 악재로 작용하고 말았다. 91년 한국시리즈 최고의 명승부는 바로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3차전이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이 달성될 수 있었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1,2 차전 광주에서 해태에게 완패를 당한 빙그레는 홈에서 대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3차전 선발로 나온 송진우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8회 2사까지 해태는 단 한명의 주자도 누상에 진루하지 못하며 송진우에게 완전히 압도 당하고 있었다.

해태 선발 문희수 역시 1실점만 허용하며 역투를 펼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투수전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명승부였다. 운명의 8회초 2사, 장내는 서서히 대기록 달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이기 시작했고, 해태는 초조감에 대타 정회열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회열은 1루 쪽으로 날아가는 평범한 파울 플라이를 쳤고 충분히 이닝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루수 강정길과 포수 유승안이 어물쩍하는 사이에 공은 그라운드로 떨어졌고 결국 정회열은 회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볼카운트 2-3 상황에서 송진우는 회심의 몸쪽 승부구를 던졌지만 심판의 손은 더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내려도 손색이 없는 볼이었지만 심판은 냉정하게 볼 판정을 내렸다. 대기록 달성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허탈감에 빠진 송진우는 후속 타자 홍현우에게 초구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노히트 노런의 꿈마저 물거품이 되었고, 뒤이어 장채근에게 동점 2루타를 허용하며 완봉승의 기회마저 완전하게 날아가고 만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대전 빙그레 홈 관중들은 대기록의 달성의 기대감으로 인한 술렁임에서 서서히 분노와 실망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결국 송진우는 강판되고 구원으로 나온 장정순 마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승부는 순식간에 뒤집어지고 만다.

포수와 1루수의 판단 미스로 인해 날려버린 아웃 카운트 하나가 이처럼 큰 재앙을 몰고 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야구는 섬세하고 미묘한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빙그레는 이에 굴하지 않고 막판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를 보였는데, 4차전 역시 아쉬움이 너무나도 남는 경기 중의 하나였다. 8회말 2-3으로 뒤진 빙그레. 상대 투수는 천하의 선동렬. 이 정도면 경기는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동렬은 2사후 강석천에게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하며 체면을 구기고 만다.

9회초 해태의 마지막 공격. 빙그레 투수 한희민은 아웃 카운트 3개만 잡으면 승부를 잠실로 넘길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선두 타자 한대화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하며 다시 한 번 위기를 허용하고 후속으로 나온 장채근과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장채근은 한국 시리즈 들어 물이 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었고, 한희민과는 성균관대 동기이자 가장 친한 친구 사이라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부담을 느낀 한희민은 장채근을 고의 사구로 거르기 위해 볼을 연거푸 던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타임을 건 빙그레 코칭 스태프는 한희민으로 하여금 정면 승부를 지시하게 되는데... 이 지시는 한국 시리즈의 운명을 다시 한 번 뒤엎은 최악의 작전 지시라고 할 수 있었다. 한희민은 장채근에게 동점타를 허용하고 이어 이순철에게 역전타마저 허용하고 만다.

결국 91 한국시리즈는 해태의 4연승으로 막을 내리고 마는데, 3,4 차전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빙그레로서는 집중력과 뒷심 부족을 절감하며 다시 한 번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미숙한 파울 플라이 처리, 심판의 아쉬운 볼 판정,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 정면 승부 지시... 너무나도 아쉬운 가정이 많이 남았던 한국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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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분루를 삼켜야만 했던 송진우.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도 팀의 간판 투수로 변함없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발 투수에 대한 아쉬움

5. '큰 경기에서는 변칙이 통하기 힘들다(?)' - 93 한국 시리즈 해태 VS 삼성
                                                   
 87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해태와 삼성. 삼성은 신임 우용득 감독의 지도 아래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6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상대는 한국 시리즈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아왔던 해태 타이거즈.

93 한국 시리즈의 초반 양상은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양팀이 1승1패인 상황에서 진행된 3차전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선동렬과 신인 박충식의 맞대결. 신인 박충식은 바깥으로 빠져 나가는 슬라이더가 장기였는데, 신인 답지 않은 대담함과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해태의 막강 타선을 요리해 나간다. 연장 15회를 혼자 책임지는 투혼을 선보이며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당시 마무리로 전업한 선동렬 역시 7이닝을 책임지며 최고 투수 다운 모습을 보이지만, 박충식의 눈부신 역투에 빛이 가려졌다.

결국 3차전은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고, 4차전에서 8-2의 완승을 거둔 삼성은 2승 1무 1패의 우위를 점하며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키워 나간다. 잠실에서 시작된 5차전의 선발은 성준. 페넌트레이스에서 한 번도 해태와 맞붙지 않은 점을 감안한 투수 기용이었지만, 주축 투수인 박충식, 김상엽, 김태한을 모두 소모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 타자들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빠른 공을 갖고 있지 않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이용하여 투구를 하는 성준은 다소 위험한 선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차라리 중간 계투로 활약하며 나름대로 안정된 구위를 선보이던 류명선을 선발로 내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결국 경기는 선발 조계현의 역투를 앞세운 해태의 손쉬운 4-2 승리로 마무리 되었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해태에게로 시리즈의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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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해프닝

6. '야구는 육상이 아니다.' - 93 플레이오프 LG VS 삼성 2차전

재계 라이벌 LG와 삼성이 90년 한국시리즈 이후 3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서 맞붙게 되었다. 삼성으로선 90년의 완패를 설욕하기 위해 절치부심하였고 LG는 90년 우승 이후 3년만에 가을 잔치에 출전하며 특유의 신바람 야구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1차전에서는 선발 김상엽의 최고의 호투를 앞세운 삼성의 5-1 완승. 2차전은 1차전과는 달리 양팀이 치열한 접전을 펼쳤는데, 2-0으로 뒤진 삼성이 6회에 이종두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고, 8회초에서는 다리를 절뚝이며 출전한 양준혁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역주하며 병살의 위기를 모면하며 천금같은 역전 점수를 뽑아낸다.

삼성은 양준혁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혼신의 역주를 다하며 팀에게 공헌한 반면에 LG는 엉뚱한(?) 혼신의 역주가 팀에게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만다.

문제의 9회말 LG의 마지막 공격 무사 1루의 동점 찬스를 맞이한 상황에서 박준태가 친 볼은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 그런데 여기서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주자로 나온 윤찬은 1루에는 보이지 않고 엉뚱하게 홈으로 들어오고 만 것이다. 낮 경기인 상황에서 착시 현상을 일으켰을리 만무하고 아니면 경기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라 관중들의 함성에 순간적으로 착각을 일으켰을지도 모를 아무튼 사상 최악의 본헤드 플레이가 연출되었다.

윤찬은 타구가 날아가자마자 전력 질주를 하였고 내친 김에 홈까지 내달았는데, 압권은 홈에서 환호를 하며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야구를 시작한 윤찬의 어이없는 플레이는 LG의 반격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양준혁의 전력 질주 VS 윤찬의 전력 질주' - 93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양팀의 희비를 극명하게 가른 플레이였다.


불규칙 바운드의 불운과 고집이 낳은 행운

7. '만약 대타가 나왔다면' - 97 플레이오프 2차전 LG VS 삼성

93 플레이오프 이후 4년만에 다시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된 LG와 삼성,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어 삼성이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에 오르게 되었다.

1차전은 유지현의 만루 홈런에 힘입은 LG의 11-5 완승. 승부의 분수령이 된 2차전 초반은 LG의 우세로 진행되었다. 선발 임선동의 호투와 적시에 터진 타선의 활약으로 4-2로 앞서 나가는데, 삼성 역시 구원 등판한 박동희의 호투를 발판으로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차근 차근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결국 삼성은 8회초 4-2로 뒤진 상황에서 마무리 이상훈을 상대로 신동주가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며 뒤집기에 성공한다. 박동희는 이에 힘입은 듯 더욱 힘을 발휘하고 승부는 9회말에 다다르게 된다. 그는 92 한국 시리즈 MVP의 저력을 발휘하며 포스트 시즌에서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트레이드 해 온 삼성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여기서 심술을 부리는데, 1사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박종호가 친 타구는 유격수 앞으로 굴러가는 평범한 땅볼. 그러나 볼은 삼성 유격수 류중일 앞에서 갑자기 튀어 오르더니 키를 넘기는 좌전안타로 돌변하고 만다. 갑작스런 불규칙 바운드로 행운의 기회를 얻은 LG 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그라운드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 호투를 거듭하던 박동희는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후속타자 마저 볼넷으로 내보내고 만다. 1사 1,2루 상황. 삼성 벤치는 고민 끝에 박동희를 내리고 전날 선발이었던 성준을 마운드에 올린다.

서용빈이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LG의 김인식 수석코치는 대타를 내보내기 위해 서용빈에게 다가서지만 서용빈은 한사코 이를 거절하며 자신이 타석에 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다.

결국 그의 고집을 꺽지 못한 LG 코칭 스태프는 그대로 서용빈을 타석에 내세운다. 성준의 초구가 그의 손끝에서 나가는 순간 서용빈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아가고 큰 파열음과 함께 타구는 좌중간을 향해 쭉쭉 뻗어나간다.

삼성 외야진은 더 이상 쫓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뻗어나가는 타구를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하였고 결국 LG는 6-5의 기적같은 승리를 일구어낸다. 삼성이 홈 구장인 대구에서 벌어진 3,4차전에서 연속 승리를 따낸 것을 감안한다면 2차전의 패배가 두고두고 아쉬운 상황이었다.

불규칙 바운드가 이렇게 크나큰 결과를 낳게 될 줄은 역시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야구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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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형진 기자
출처 : Xportsnews(2004.10.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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